자주국방과 동맹 병행론: 비핵화 못지않은 철 지난 이야기
장창준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3차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연설에서 '자주국방'과 '동맹'을 병행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리 군 주도의 독자적 방위 역량을 키우면서도 한미 연합 방위 태세를 공고히 하겠다는, 얼핏 보기엔 지극히 모범적이고 균형 잡힌 답변이다. 이는 이재명 정부가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조기 전환을 완수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군사주권을 회복하고 완전한 자주독립 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전작권 환수는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자 당위다. 그러나 문제는 안 장관이 내세운 ‘자주국방과 동맹의 병행’이라는 프레임 자체가 2026년 현재의 급변한 안보 패러다임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철 지난 시각’이라는 점이다.
현실의 안보 지형은 전작권 환수를 바라보는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은 최근 미 육군 전쟁대학 대담에서 한국을 중국을 겨냥한 ‘단검’이라고 규정했다. 지난해에는 한국을 ‘고정된 항공모함’이라 칭하더니, 한국・일본・필리핀을 묶어 중국을 포위하는 ‘전략적 삼각형’(킬웹, Kill Web) 구축을 노골화하고 있다. 결국 미국이 말하는 한미동맹의 ‘현대화’는 결국 한반도를 넘어 대중국 전초기지로 한국을 동원하겠다는 선언이다.
특히 최근 한미 간에 급격히 고도화되고 있는 ‘군수 협력’의 실상은 동맹 강화와 자주국방이 왜 결코 병행할 수 없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결정적인 증거다. 군수(Logistics)란 단순히 군사물자를 주고받는 1차원적 개념이 아니다. 유사시 미국의 거대한 군사 자산을 한국 영토로 이동시키고, 보관하며, 정비하고, 보급하는 전쟁 수행의 핵심 인프라를 통합하는 일이다.
만약 지금처럼 동맹 강화라는 명분 아래 한미 군수 협력이 맹목적으로 고도화된다면 어떤 결과가 초래되겠는가. 설령 우리가 서류상의 전작권을 환수한다고 하더라도, 한국의 비행장과 항만, 정비창과 보급기지는 이미 미국의 대중국 전장 체계에 실시간으로 동기화된다. 미국이 대만해협이나 남중국해에서 분쟁을 일으킬 때, 미국의 전략 자산들이 한국의 군수 인프라를 발판 삼아 자유롭게 이동하고 정비되는 구조를 한국군이 통제할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이러한 군수 종속 구조를 방치한 채 전작권만 가져오는 것은 아무런 실익이 없다. 작전통제권은 한국군 장성에게 있을지언정, 우리 영토와 군사기지는 미국의 구상대로 ‘중국을 겨냥한 단검’으로 고스란히 활용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짜놓은 판에 말려들어 전쟁에 자동 연루되는 순간, 전작권 환수가 갖는 주권 회복의 의미는 완전히 증발하고 만다.
따라서 이재명 정부의 전작권 환수 노력이 진정한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전작권 환수를 단순한 ‘조건 충족 및 시기 확정’의 기술적 문제로 접근하던 과거의 시각에서 완전히 탈피해야 한다. 미국의 역내 전쟁 기획에 군사기지와 인프라를 내어주는 방식의 군수 통합 고리를 끊어내지 않는다면 자주국방은 결코 이룰 수 없는 신기루다.
과거 ‘한반도 비핵화’가 현실을 도외시한 채 관념 위에서만 맴돌다 철 지난 이야기가 되어버렸듯, 동맹 강화와 자주국방을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병행론’ 역시 이제는 파산 선고를 내려야 할 철 지난 사고에 불과하다.
이재명 정부가 전작권을 명실상부한 ‘자주국방의 완성’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우선 동맹 강화를 종속적으로 추종하며 자주를 달성하겠다는 ‘병행론’의 미련부터 과감히 끊어내야 한다. 미국이 설계한 전장 체계에 맹목적으로 편입되는 군사적・군수적 관성을 과감히 거부하고, 동북아의 긴장을 완화할 독자적인 평화·외교 전략으로 패러다임을 대전환해야 한다. 철 지난 사고의 틀을 깨부수고 나와 동맹의 한계를 직시할 때 비로소, 우리는 ‘타국의 전쟁에 동원되는 단검’이 아닌 ‘동북아 평화의 주도자’로서 온전한 군사주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자주국방과 동맹 병행론: 비핵화 못지않은 철 지난 이야기
장창준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3차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연설에서 '자주국방'과 '동맹'을 병행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리 군 주도의 독자적 방위 역량을 키우면서도 한미 연합 방위 태세를 공고히 하겠다는, 얼핏 보기엔 지극히 모범적이고 균형 잡힌 답변이다. 이는 이재명 정부가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조기 전환을 완수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군사주권을 회복하고 완전한 자주독립 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전작권 환수는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자 당위다. 그러나 문제는 안 장관이 내세운 ‘자주국방과 동맹의 병행’이라는 프레임 자체가 2026년 현재의 급변한 안보 패러다임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철 지난 시각’이라는 점이다.
현실의 안보 지형은 전작권 환수를 바라보는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은 최근 미 육군 전쟁대학 대담에서 한국을 중국을 겨냥한 ‘단검’이라고 규정했다. 지난해에는 한국을 ‘고정된 항공모함’이라 칭하더니, 한국・일본・필리핀을 묶어 중국을 포위하는 ‘전략적 삼각형’(킬웹, Kill Web) 구축을 노골화하고 있다. 결국 미국이 말하는 한미동맹의 ‘현대화’는 결국 한반도를 넘어 대중국 전초기지로 한국을 동원하겠다는 선언이다.
특히 최근 한미 간에 급격히 고도화되고 있는 ‘군수 협력’의 실상은 동맹 강화와 자주국방이 왜 결코 병행할 수 없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결정적인 증거다. 군수(Logistics)란 단순히 군사물자를 주고받는 1차원적 개념이 아니다. 유사시 미국의 거대한 군사 자산을 한국 영토로 이동시키고, 보관하며, 정비하고, 보급하는 전쟁 수행의 핵심 인프라를 통합하는 일이다.
만약 지금처럼 동맹 강화라는 명분 아래 한미 군수 협력이 맹목적으로 고도화된다면 어떤 결과가 초래되겠는가. 설령 우리가 서류상의 전작권을 환수한다고 하더라도, 한국의 비행장과 항만, 정비창과 보급기지는 이미 미국의 대중국 전장 체계에 실시간으로 동기화된다. 미국이 대만해협이나 남중국해에서 분쟁을 일으킬 때, 미국의 전략 자산들이 한국의 군수 인프라를 발판 삼아 자유롭게 이동하고 정비되는 구조를 한국군이 통제할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이러한 군수 종속 구조를 방치한 채 전작권만 가져오는 것은 아무런 실익이 없다. 작전통제권은 한국군 장성에게 있을지언정, 우리 영토와 군사기지는 미국의 구상대로 ‘중국을 겨냥한 단검’으로 고스란히 활용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짜놓은 판에 말려들어 전쟁에 자동 연루되는 순간, 전작권 환수가 갖는 주권 회복의 의미는 완전히 증발하고 만다.
따라서 이재명 정부의 전작권 환수 노력이 진정한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전작권 환수를 단순한 ‘조건 충족 및 시기 확정’의 기술적 문제로 접근하던 과거의 시각에서 완전히 탈피해야 한다. 미국의 역내 전쟁 기획에 군사기지와 인프라를 내어주는 방식의 군수 통합 고리를 끊어내지 않는다면 자주국방은 결코 이룰 수 없는 신기루다.
과거 ‘한반도 비핵화’가 현실을 도외시한 채 관념 위에서만 맴돌다 철 지난 이야기가 되어버렸듯, 동맹 강화와 자주국방을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병행론’ 역시 이제는 파산 선고를 내려야 할 철 지난 사고에 불과하다.
이재명 정부가 전작권을 명실상부한 ‘자주국방의 완성’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우선 동맹 강화를 종속적으로 추종하며 자주를 달성하겠다는 ‘병행론’의 미련부터 과감히 끊어내야 한다. 미국이 설계한 전장 체계에 맹목적으로 편입되는 군사적・군수적 관성을 과감히 거부하고, 동북아의 긴장을 완화할 독자적인 평화·외교 전략으로 패러다임을 대전환해야 한다. 철 지난 사고의 틀을 깨부수고 나와 동맹의 한계를 직시할 때 비로소, 우리는 ‘타국의 전쟁에 동원되는 단검’이 아닌 ‘동북아 평화의 주도자’로서 온전한 군사주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