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을 다시 불붙인 건 누구인가; 정전은 왜 깨졌는가 / 장창준

2025-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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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을 다시 불붙인 건 누구인가; 정전은 왜 깨졌는가

장창준 평화너머 정책연구소 정책위원



  2025년 초, 중동은 모처럼 ‘정전’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릴 수 있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카타르와 이집트의 중재 아래 가자지구에서의 포화를 멈추기로 합의했다. 인질 교환, 병력 철수, 인도주의 지원 재개 등 실질적 조치가 포함된 협정은 한때 국제사회에 희망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이 평화는 너무도 짧았다. 협정이 체결된 지 일주일도 안 돼 이스라엘은 서안지구에서 ‘대테러 작전’을 개시했고, 미국 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가자지구를 접수하겠다”라는 도발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뒤이어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는 “하마스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우리의 책무”라며 강경 발언을 이어갔다.

  여기서부터 상황은 빠르게 악화됐다. 3월에 들어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재개했다. 미국은 이보다 앞서 이스라엘에 40억 달러 규모의 군사 지원 의사를 밝혔고, 이스라엘은 공습과 지상 작전, 병원 폭격까지 감행하며 정전협정을 사실상 무효화했다. 하마스는 이에 로켓 공격으로 맞섰고, 다시 전면전의 문턱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 모든 충돌의 중심에는 미국의 이름이 빠지지 않는다.

  미국은 이번에도 ‘평화의 중재자’보다는 ‘군사 후원자’의 역할을 자처했다. 정전협정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보이기보단,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에 무기와 외교적 지지를 보냈고, 하마스의 폭력에 대한 ‘정당한 분노’를 앞세워 이스라엘의 공습을 사실상 묵인했다. 동시에 미국은 또 다른 전선, 이란과의 갈등을 키우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2월 이란에 대한 ‘최대 압박 정책’을 다시 꺼내 들었고, 이란은 강하게 반발하며 협상 거부를 선언했다. 예멘에서는 미국이 후티 반군을 공습했고, 후티는 미군 드론을 격추하며 대응에 나섰다. 그 배후에는 다시 이란이 지목됐다.

  전선은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가자지구, 서안지구, 레바논 국경, 홍해, 예멘, 이란― 이 모든 지역에서 불이 나고 있고, 그 불을 지피는 것은 ‘자유’와 ‘안보’를 명분으로 내세우는 미국이다.

  되돌아보면, 이 모든 균열의 시작은 낯설지 않다. 

  가자지구의 정전협정이 무너진 순간에도, 그리고 10년 전 어렵게 이뤄졌던 이란 핵 합의가 파기된 그때에도, 그 중심에는 도널드 트럼프라는 이름이 있었다.

  10년 전 이란과의 외교가 가능했던 순간, 그는 일방적으로 핵 합의에서 탈퇴했다. 지난 1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정전이 이뤄졌을 때, 그는 가자지구의 접수를 공언하고, 서안지구와 가자지구 공습에 나선 이스라엘을 두둔하고 지원했다.

  우리가 지금 중동에서 마주하고 있는 위기는 단순한 지역 갈등이 아니다. 트럼프에서 바이든으로, 다시 바이든에서 트럼프로 정권이 교체된 후에도 변하지 않는 미국의 패권적 대외정책이 만들어낸 필연적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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