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최악 식량난은 근거없어...식량 생산에서 새로운 ‘변침점’ 맞이할 수도”
[겨레하나 평화포럼 지상 중계 ①]북의 식량현황과 농업 과학기술
장창준 / 한신대학교 글로벌피스연구원 교수,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연구위원
[통일뉴스 기고] http://www.tongi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07753
오랫동안 북한 농업 문제를 연구해 온 김일한 박사(동국대학교 DMZ평화센터)가 겨레하나 평화포럼의 첫 테이프를 끊었다. 발표 제목은 “북한 식량현황과 농업 과학기술”이었다.

북한의 쌀 가격, 쌀 수입량, 비료 수입량, 식량 생산량을 짚으면서 최근 회자되었던 ‘북한 식량난’의 근거 없음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또한 식량문제에 대한 최근 북의 정책을 상세한 자료를 제시하면서 소개하기도 했다.
농업 관련한 북한의 최근 정책은 우리 언론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특히 농업 부문의 생산 및 통계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허풍방지법’을 제정하고 글로벌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밀 농사를 확대하는 북한의 최근 농업정책 동향은 포럼에 참여한 이들의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김일한 박사의 발표 내용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북한의 식량난은 실재하는가?
“수십 년 만에 최악의 식량난”, “북한, 아사자 속출” 등 지난 3월 우리 언론은 북한의 식량난 소식을 연일 접해야 했다. 북의 식량 상황은 어떤 상황일까? 과연 ‘식량난’이라고 부를 만큼 심각한 수준인가?

[▲사진 : 계기별 쌀과 밀가루 가격(쌀가격 : dailyNk.COM 밀가루가격 : 농촌경제연구원)]
첫째, 시장 쌀가격의 16.2% 상승을 근거로 식량난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섣부르다.
2012년부터 지금까지 쌀 가격의 평균은 4,980원(1kg)이었고, 대북 제재 강화기(2017년~2023년)엔 4,942원이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엔 5,000원이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러-우 전쟁) 발발 이후 지금까지의 쌀 가격은 5,716원이었다. 코로나 발병기라 할 수 있는 지난 10개월 동안의 쌀 가격은 5,812원이었다.

[▲사진 : 쌀, 옥수수, 밀가루 가격 추이]
쌀 가격이 코로나, 러-우 전쟁 등의 외부요인으로 상승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북한의 시장은 식량인 쌀과 옥수수보다 기호식품인 밀가루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2022년 1월 이후 쌀과 옥수수의 가격 상승률은 각각 26%, 30% 상승한 반면 밀가루는 97.7% 상승했다. 식량난이 실재한다면 쌀과 밀, 옥수수 모두 유사한 수준으로 가격이 상승해야 한다.
둘째, 2022년 쌀 수입량 증가를 근거로 식량난이라고 규정하는 것도 섣부르다. 최근 북한의 쌀 수입량이 증가하는 것은 사실이다. 북한은 22년 총 74,866톤의 쌀을 수입했다. 2017년 35,581톤, 2018년 43,532톤에 비교해 상대적으로 많은 양이 북한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쌀과 밀가루, 옥수수의 열량이 대체로 비슷하다는 점에서 전체 식량 수입량을 기준으로 비교하면, 2017년, 2018년 대비 2022년 수입량이 상당히 줄었다. 또한 2020년 대비 2022년 수입량은 소폭 늘었다.

[▲사진 : 최근 북한의 식량 수입량(중국, 톤)]
식량 위기를 평가하는 기준을 식량 수입량 증가에서 찾는다면 41만 4천 톤을 수입한 2019년이 최대의 위기이며, 수입량 감소에서 찾는다면 1천 20톤을 수입한 2021년이 최대의 위기였어야 했다. 따라서 쌀 수입량 증가를 근거로 식량 상황 전반을 평가할 수 없다.
셋째, 비료 수입량 감소 역시 식량난의 근거가 되기 어렵다. 2022년 북한의 비료 수입이 감소했기 때문에 식량 생산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것이라는 추론이 비료 수입 감소 관련한 ‘식량난’의 요지이다. 2022년 화학비료 수입량은 2018년에 비해 15배 이상 감소한 것은 사실이다.

[▲사진 : 비료 수입량(천 달러)]
그러나 북한은 석탄가스를 기반으로 하는 질소비료 자립생산체계를 구축하고 있고, 2014~2022년 흥남비료련합기업소와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가 각각 17회, 14회 생산공정을 신설 또는 확장했다.
또한 북한은 비료 생산 관련 부존자원이 많다. 인회석의 경우 1억 5천~3억 3천만톤이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지난 해 9월 흥남비료련합기업소에서 “지난해보다 높아진 비료생산계획을 수행”했고,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에서 “높아진 새 시비 년도 계획을 수행 중”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2021년에 전국적으로 건설된 유기질복합비료공장에서 농장별 자급비료를 활용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따라서 비료 수입의 감소는 자체 생산량이 증가했을 가능성도 내포한다.
넷째, 식량 생산량 18만 톤 감소도 식량난의 근거가 되기는 어렵다. 북한의 식량 생산량의 경우 농진청은 2000년 대비 2022년 식량 생산량이 25%, FAO(국제연합 식량농업기구)는 2000년 대비 2021년 생산량이 40% 증가했을 것으로 추산한다.
식량 증산이 단기간에 가시적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지난 20년 동안 북한 당국이 추진해온 식량 증산계획은 더디지만 일정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 사진 : 식량 생산량 추정치: 2000~2022년(천톤)]
부정기적이지만 북한 당국은 식량 생산 성과를 평가해왔다.
김정은 위원장이 제8차 당대회 개회사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 수행 기간이 내세웠던 목표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했다고 지적했지만, 사업 총화에서 “농업 부문에서는 지속된 혹심한 가물과 큰물, 모든 것이 부족한 속에서도 과학농사, 다수확열풍을 세차게 일으켜 알곡생산량을 전례없이 높이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조선농업근로자동맹 사회주의경쟁총화(2020), 당 중앙위 전원회의 보도(2020), 최고인민회의(2017) 등 정치행사를 통해 식량 증산 실적을 공개하기도 했다.

[▲사진 : 북한의 식량증산 공식 보도]
통계 추정에서의 문제: 경사지와 텃밭 수확량 배제, 수확후 손실분 과다 추정
식량 생산량 추정에서 매우 영향력이 큰 FAO의 통계 방법에 대한 문제점 역시 지적할 필요가 있다.

[▲사진 : FAO 북한 식량 생산량 추정치]
경사지 생산량은 2018년 이후 식량 생산량에서 제외되었는데, 이는 총생산량의 4%에 해당하는 양이다. 2018년 산림청의 위성영상 분석 결과 경사지 면적인 59만 2천 헥타아르를 유지하고 있다.
경사지가 사라진 것이 아니다. 북한은 최근까지도 “경사도가 20° 아래인 산림토지를 개간”해서 새땅찾기를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2021년 3월 조선중앙통신 보도) 따라서 경사지 생산량이 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개인 텃밭은 2016년 이후 식량 생산량에서 제외되었다. 북한이 “자기 집터밭을 가꾸는 심정”으로 농사를 지으면 더 많은 소출을 낼 수 있다고 강조(2022년 11월 노동신문 보도)하고 있는 만큼 개인 텃밭의 생산량 역시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수확후 손실분 누락은 식량 생산량 추정에서 가장 큰 오류를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2014년 FAO/UNDP와 김일성종합대학의 공동연구 결과 수확 후 손실분은 쌀 15.6%, 옥수수 17%, 밀 등 기타 곡물 16.5%였다. 2014년 이후 영농 기계화, 운반 능력, 보관시설, 도정 시설 등이 더디게 개선되었다고 가정하더라도 수확후 손실분은 감소했다고 추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런데 2018년부터 손실분이 오히려 증가했다. 2021년 통계에서는 전체 생산량의 약 20%가 손실되었다고 계산했다.
경사지와 텃밭 생산력을 배제하고, 수확후 손실분을 과다 추정한 이유를 FAO 보고서는 설명하지 않는다.
북한의 농업 관계 제도 변화
북한은 농업 법제를 제정, 개정하여 식량 증산 정책을 체계화하고 있다. 북한은 최근 농업 법제를 다섯 가지 기조 아래 제정 및 개정했다.
1> 식량 생산 주체인 농장의 기업적 경영을 위한 농장책임관리제의 제도화 2> 곡물 수확 후 손실분 절감을 위한 농장의 책임 강화 3> 화학비료, 농기계 등 농자재 공급 강화 4> 생산된 곡물 및 통계의 관리, 농업 인프라 보호 강화 5> 곡물 유통관리의 강화가 그것이다.

[▲사진 : 최근 북한의 농업 관련 법제 제정, 개정 현황]
첫째, <량정법>을 개정하여 수매계획과 수매 우선순위를 변경했다.
기존 <양정법>에서는 부업지 생산량을 기관, 기업소가 자체 소비하고 그 나머지를 양정기관이 수매하는 것이었다. 개정된 <양정법>은 기관, 기업소가 생산한 양곡을 국가가 먼저 수매하고 나머지를 기관, 기업소에서 활용하도록 명시했다.

[▲사진 : 량정법 변경 내용]
양곡의 가공 권한 역시 국가가 일원적인 권한을 갖는 방향으로 개정되었다. 또한 가공에 필요한 전력을 국가 계획 하에 보장하는 것을 법제화했다. 이는 양곡 생산량과 유통 과정을 국가가 효율적으로 통제, 관리하여 수확후 손실을 감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둘째, <농업법>, <농장법>을 개정하여 농장의 기업적 지도와 운영의 자율성을 강화하고 있다.
2020년 개정된 <농업법>은 도, 시, 군 농업지도기관으로 ‘농촌경리’와 ‘식량생산’ 등 농업정책집행의 책임을 일원화하고, 협동농장은 ‘기업적 지도’의 대상으로 규정했다.
농업행정기관을 (도, 시, 군) 농업지도기관으로 통합하고 일원화시켜, 농업행정 비용을 줄이고 행정 효율성을 높이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2021년 개정된 <농장법>은 농장을 ‘사회주의농업기업체’로 정의하고, 계획권, 생산조직권, 관리기구 및 노력조절권, 생산물처리권, 자금이용권 같은 권리를 가짐으로써 ‘실제적인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농장법>은 “농업생산물의 수확, 운반, 탈곡, 가공, 보관을 바로하지 않아 허실, 부패변질”에 대한 책임을 물어 “경고, 엄중경고처벌 또는 3개월 이하의 무보수 로동, 로동교양처벌”할 것을 명문화했다. 수확후 손실분을 감축하려는 의도라 할 수 있다.
셋째, <단위특수화, 본위주의반대법>, <허풍방지법>을 제정하여 농업인프라를 보호하고 생산된 곡물에 대한 통계 관리를 제도화하고 있다.
2021년 7월 제정된 <단위특수화, 본위주의반대법>은 농업 인프라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장치이다. “농업토지를 건설부지로 리용하고 토지를 다른 단위에 망탕 떼주는 등 건설, 토지리용 질서위반행위”를 금지시켰다.
2022년 5월 제정된 <허풍방지법>은 농업 부문 생산 및 통계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법적 장치이다. 5장 49조로 구성되어 있지만 3장 전체가 ‘농업생산에서의 허풍방지’를 규정할 정도로 식량 및 농업관련 허위보고 금지 및 과학적 통계관리를 강조한다.
특히 농작품 예상 수확고 판정에서 허풍을 방지하기 위해 ▲ 위성정보 해석기술 ▲ 농작물 생육모의기술 ▲ 평뜨기방법을 통해 포전별농작물 예상 수확고를 과학적으로 판정하고, 계량검정기관의 검정을 받은 계량수단으로 모든 농업생산물을 정확히 계량 할 것을 규정하여 생산통계의 투명성을 꾀하고 있다.

[▲사진 : 허풍방지법에 명시된 농업생산에서의 허풍방지]
글로벌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농업 작물의 변화 모색
2021년 10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고다드연구소(NASA 소속 지구과학부문 실험실)는 현재와 같은 수준의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가 유지된다면 2030년까지 옥수수 생산량은 24% 감소하고, 밀 생산량은 17% 증가한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특정 작물의 생산량이 20% 이상 등락한다는 것은 심각한 글로벌 식량문제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연구 결과는 전 세계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비슷한 시기인 2021년 9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 시정연설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 작물 품종의 배치와 파종 시기 조절 ▲ 선진 영농기술과 방법 연구 적용 ▲ 과학적 물 관리체계 수립, 관개 구조물과 설비·저수지·물길의 정비·보강 ▲ 기상 관측 수단의 현대화 등을 강조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시정연설 이후 밀 재배 면적이 2배 이상 확대되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밀농사 확대 정책은 기존의 ‘옥수수 농사를 제한’하는 조건에서 ‘알곡생산구조’를 개선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식량 증산 정책과는 차이를 드러낸다.
2021년 개정한 <농장법>에서도 “농작물배치에서 강냉이농사는 최대한 제한하고 벼농사와 밀, 보리농사에로 방향전환을 하도록 한다”고 규정했다.
북한 사회과학원의 『사회과학원학보』 2022년 1호는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을 인용하며 밀 농사 확대가 식량을 증산하기 위한 정책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다.
2021년 12월 31일 끝난 제8기 제4차 전원회의에서도 ‘세계농업발전 추세’에 맞게 향후 ‘10년 동안 알곡생산목표’를 제시하면서 글로벌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 전환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북한 농업 전망: 잠재력과 위협요인
북한 농업은 잠재력과 위협요인이 공존하는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최근 농업정책을 지원하기 위해 투자 규모를 이례적으로 확대하고 정책 수단을 소진하는 조치가 진행 중이지만 여전히 정책의 성공은 장담하기 어렵다.
2023년 농업과 식량 부문 예산은 14.7% 증액되었다. 이는 철강, 철도와 같은 선행부문 1.0%, 과학기술 0.7%, 기본건설 0.3, 교육 0.7% 증액 등 다른 분야에 비교하면 독보적인 예산 배정이라고 할 수 있다.
위협요인으로 3년째 정체상태인 국가재정 능력, 장기화 국면의 대북 제재, 무역 규모 축소와 만성화된 수지, 자연재해 대응능력, 기후변화 대응, 글로벌 공급망 교란 등을 들 수 있다. 이런 요소들은 북한의 식량 증산 정책의 성공적 추진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동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당국은 식량 자급 능력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포기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는 점에서 농업정책 성공 잠재력은 존재한다. 최근 주목할 정책인 쌀, 옥수수 등 주곡의존도를 낮추는 유아용 유제품 공급능력, 채소 생산 및 공급능력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은 새로운 식량공급 가능성을 보여준다.
본질적으로는 식량 증산의 절대적인 기준인 비료(특히 인비료)의 공급과 다수확 종자 개발·공급에서 일정한 성과를 낼 수 있다면 북한 농업은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변침점’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 최악 식량난은 근거없어...식량 생산에서 새로운 ‘변침점’ 맞이할 수도”
[겨레하나 평화포럼 지상 중계 ①]북의 식량현황과 농업 과학기술
장창준 / 한신대학교 글로벌피스연구원 교수,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연구위원
[통일뉴스 기고] http://www.tongi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07753
오랫동안 북한 농업 문제를 연구해 온 김일한 박사(동국대학교 DMZ평화센터)가 겨레하나 평화포럼의 첫 테이프를 끊었다. 발표 제목은 “북한 식량현황과 농업 과학기술”이었다.
북한의 쌀 가격, 쌀 수입량, 비료 수입량, 식량 생산량을 짚으면서 최근 회자되었던 ‘북한 식량난’의 근거 없음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또한 식량문제에 대한 최근 북의 정책을 상세한 자료를 제시하면서 소개하기도 했다.
농업 관련한 북한의 최근 정책은 우리 언론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특히 농업 부문의 생산 및 통계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허풍방지법’을 제정하고 글로벌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밀 농사를 확대하는 북한의 최근 농업정책 동향은 포럼에 참여한 이들의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김일한 박사의 발표 내용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북한의 식량난은 실재하는가?
“수십 년 만에 최악의 식량난”, “북한, 아사자 속출” 등 지난 3월 우리 언론은 북한의 식량난 소식을 연일 접해야 했다. 북의 식량 상황은 어떤 상황일까? 과연 ‘식량난’이라고 부를 만큼 심각한 수준인가?
[▲사진 : 계기별 쌀과 밀가루 가격(쌀가격 : dailyNk.COM 밀가루가격 : 농촌경제연구원)]
첫째, 시장 쌀가격의 16.2% 상승을 근거로 식량난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섣부르다.
2012년부터 지금까지 쌀 가격의 평균은 4,980원(1kg)이었고, 대북 제재 강화기(2017년~2023년)엔 4,942원이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엔 5,000원이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러-우 전쟁) 발발 이후 지금까지의 쌀 가격은 5,716원이었다. 코로나 발병기라 할 수 있는 지난 10개월 동안의 쌀 가격은 5,812원이었다.
[▲사진 : 쌀, 옥수수, 밀가루 가격 추이]
쌀 가격이 코로나, 러-우 전쟁 등의 외부요인으로 상승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북한의 시장은 식량인 쌀과 옥수수보다 기호식품인 밀가루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2022년 1월 이후 쌀과 옥수수의 가격 상승률은 각각 26%, 30% 상승한 반면 밀가루는 97.7% 상승했다. 식량난이 실재한다면 쌀과 밀, 옥수수 모두 유사한 수준으로 가격이 상승해야 한다.
둘째, 2022년 쌀 수입량 증가를 근거로 식량난이라고 규정하는 것도 섣부르다. 최근 북한의 쌀 수입량이 증가하는 것은 사실이다. 북한은 22년 총 74,866톤의 쌀을 수입했다. 2017년 35,581톤, 2018년 43,532톤에 비교해 상대적으로 많은 양이 북한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쌀과 밀가루, 옥수수의 열량이 대체로 비슷하다는 점에서 전체 식량 수입량을 기준으로 비교하면, 2017년, 2018년 대비 2022년 수입량이 상당히 줄었다. 또한 2020년 대비 2022년 수입량은 소폭 늘었다.
[▲사진 : 최근 북한의 식량 수입량(중국, 톤)]
식량 위기를 평가하는 기준을 식량 수입량 증가에서 찾는다면 41만 4천 톤을 수입한 2019년이 최대의 위기이며, 수입량 감소에서 찾는다면 1천 20톤을 수입한 2021년이 최대의 위기였어야 했다. 따라서 쌀 수입량 증가를 근거로 식량 상황 전반을 평가할 수 없다.
셋째, 비료 수입량 감소 역시 식량난의 근거가 되기 어렵다. 2022년 북한의 비료 수입이 감소했기 때문에 식량 생산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것이라는 추론이 비료 수입 감소 관련한 ‘식량난’의 요지이다. 2022년 화학비료 수입량은 2018년에 비해 15배 이상 감소한 것은 사실이다.
[▲사진 : 비료 수입량(천 달러)]
그러나 북한은 석탄가스를 기반으로 하는 질소비료 자립생산체계를 구축하고 있고, 2014~2022년 흥남비료련합기업소와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가 각각 17회, 14회 생산공정을 신설 또는 확장했다.
또한 북한은 비료 생산 관련 부존자원이 많다. 인회석의 경우 1억 5천~3억 3천만톤이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지난 해 9월 흥남비료련합기업소에서 “지난해보다 높아진 비료생산계획을 수행”했고,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에서 “높아진 새 시비 년도 계획을 수행 중”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2021년에 전국적으로 건설된 유기질복합비료공장에서 농장별 자급비료를 활용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따라서 비료 수입의 감소는 자체 생산량이 증가했을 가능성도 내포한다.
넷째, 식량 생산량 18만 톤 감소도 식량난의 근거가 되기는 어렵다. 북한의 식량 생산량의 경우 농진청은 2000년 대비 2022년 식량 생산량이 25%, FAO(국제연합 식량농업기구)는 2000년 대비 2021년 생산량이 40% 증가했을 것으로 추산한다.
식량 증산이 단기간에 가시적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지난 20년 동안 북한 당국이 추진해온 식량 증산계획은 더디지만 일정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 사진 : 식량 생산량 추정치: 2000~2022년(천톤)]
부정기적이지만 북한 당국은 식량 생산 성과를 평가해왔다.
김정은 위원장이 제8차 당대회 개회사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 수행 기간이 내세웠던 목표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했다고 지적했지만, 사업 총화에서 “농업 부문에서는 지속된 혹심한 가물과 큰물, 모든 것이 부족한 속에서도 과학농사, 다수확열풍을 세차게 일으켜 알곡생산량을 전례없이 높이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조선농업근로자동맹 사회주의경쟁총화(2020), 당 중앙위 전원회의 보도(2020), 최고인민회의(2017) 등 정치행사를 통해 식량 증산 실적을 공개하기도 했다.
[▲사진 : 북한의 식량증산 공식 보도]
통계 추정에서의 문제: 경사지와 텃밭 수확량 배제, 수확후 손실분 과다 추정
식량 생산량 추정에서 매우 영향력이 큰 FAO의 통계 방법에 대한 문제점 역시 지적할 필요가 있다.
[▲사진 : FAO 북한 식량 생산량 추정치]
경사지 생산량은 2018년 이후 식량 생산량에서 제외되었는데, 이는 총생산량의 4%에 해당하는 양이다. 2018년 산림청의 위성영상 분석 결과 경사지 면적인 59만 2천 헥타아르를 유지하고 있다.
경사지가 사라진 것이 아니다. 북한은 최근까지도 “경사도가 20° 아래인 산림토지를 개간”해서 새땅찾기를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2021년 3월 조선중앙통신 보도) 따라서 경사지 생산량이 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개인 텃밭은 2016년 이후 식량 생산량에서 제외되었다. 북한이 “자기 집터밭을 가꾸는 심정”으로 농사를 지으면 더 많은 소출을 낼 수 있다고 강조(2022년 11월 노동신문 보도)하고 있는 만큼 개인 텃밭의 생산량 역시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수확후 손실분 누락은 식량 생산량 추정에서 가장 큰 오류를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2014년 FAO/UNDP와 김일성종합대학의 공동연구 결과 수확 후 손실분은 쌀 15.6%, 옥수수 17%, 밀 등 기타 곡물 16.5%였다. 2014년 이후 영농 기계화, 운반 능력, 보관시설, 도정 시설 등이 더디게 개선되었다고 가정하더라도 수확후 손실분은 감소했다고 추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런데 2018년부터 손실분이 오히려 증가했다. 2021년 통계에서는 전체 생산량의 약 20%가 손실되었다고 계산했다.
경사지와 텃밭 생산력을 배제하고, 수확후 손실분을 과다 추정한 이유를 FAO 보고서는 설명하지 않는다.
북한의 농업 관계 제도 변화
북한은 농업 법제를 제정, 개정하여 식량 증산 정책을 체계화하고 있다. 북한은 최근 농업 법제를 다섯 가지 기조 아래 제정 및 개정했다.
1> 식량 생산 주체인 농장의 기업적 경영을 위한 농장책임관리제의 제도화 2> 곡물 수확 후 손실분 절감을 위한 농장의 책임 강화 3> 화학비료, 농기계 등 농자재 공급 강화 4> 생산된 곡물 및 통계의 관리, 농업 인프라 보호 강화 5> 곡물 유통관리의 강화가 그것이다.
[▲사진 : 최근 북한의 농업 관련 법제 제정, 개정 현황]
첫째, <량정법>을 개정하여 수매계획과 수매 우선순위를 변경했다.
기존 <양정법>에서는 부업지 생산량을 기관, 기업소가 자체 소비하고 그 나머지를 양정기관이 수매하는 것이었다. 개정된 <양정법>은 기관, 기업소가 생산한 양곡을 국가가 먼저 수매하고 나머지를 기관, 기업소에서 활용하도록 명시했다.
[▲사진 : 량정법 변경 내용]
양곡의 가공 권한 역시 국가가 일원적인 권한을 갖는 방향으로 개정되었다. 또한 가공에 필요한 전력을 국가 계획 하에 보장하는 것을 법제화했다. 이는 양곡 생산량과 유통 과정을 국가가 효율적으로 통제, 관리하여 수확후 손실을 감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둘째, <농업법>, <농장법>을 개정하여 농장의 기업적 지도와 운영의 자율성을 강화하고 있다.
2020년 개정된 <농업법>은 도, 시, 군 농업지도기관으로 ‘농촌경리’와 ‘식량생산’ 등 농업정책집행의 책임을 일원화하고, 협동농장은 ‘기업적 지도’의 대상으로 규정했다.
농업행정기관을 (도, 시, 군) 농업지도기관으로 통합하고 일원화시켜, 농업행정 비용을 줄이고 행정 효율성을 높이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2021년 개정된 <농장법>은 농장을 ‘사회주의농업기업체’로 정의하고, 계획권, 생산조직권, 관리기구 및 노력조절권, 생산물처리권, 자금이용권 같은 권리를 가짐으로써 ‘실제적인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농장법>은 “농업생산물의 수확, 운반, 탈곡, 가공, 보관을 바로하지 않아 허실, 부패변질”에 대한 책임을 물어 “경고, 엄중경고처벌 또는 3개월 이하의 무보수 로동, 로동교양처벌”할 것을 명문화했다. 수확후 손실분을 감축하려는 의도라 할 수 있다.
셋째, <단위특수화, 본위주의반대법>, <허풍방지법>을 제정하여 농업인프라를 보호하고 생산된 곡물에 대한 통계 관리를 제도화하고 있다.
2021년 7월 제정된 <단위특수화, 본위주의반대법>은 농업 인프라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장치이다. “농업토지를 건설부지로 리용하고 토지를 다른 단위에 망탕 떼주는 등 건설, 토지리용 질서위반행위”를 금지시켰다.
2022년 5월 제정된 <허풍방지법>은 농업 부문 생산 및 통계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법적 장치이다. 5장 49조로 구성되어 있지만 3장 전체가 ‘농업생산에서의 허풍방지’를 규정할 정도로 식량 및 농업관련 허위보고 금지 및 과학적 통계관리를 강조한다.
특히 농작품 예상 수확고 판정에서 허풍을 방지하기 위해 ▲ 위성정보 해석기술 ▲ 농작물 생육모의기술 ▲ 평뜨기방법을 통해 포전별농작물 예상 수확고를 과학적으로 판정하고, 계량검정기관의 검정을 받은 계량수단으로 모든 농업생산물을 정확히 계량 할 것을 규정하여 생산통계의 투명성을 꾀하고 있다.
[▲사진 : 허풍방지법에 명시된 농업생산에서의 허풍방지]
글로벌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농업 작물의 변화 모색
2021년 10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고다드연구소(NASA 소속 지구과학부문 실험실)는 현재와 같은 수준의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가 유지된다면 2030년까지 옥수수 생산량은 24% 감소하고, 밀 생산량은 17% 증가한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특정 작물의 생산량이 20% 이상 등락한다는 것은 심각한 글로벌 식량문제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연구 결과는 전 세계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비슷한 시기인 2021년 9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 시정연설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 작물 품종의 배치와 파종 시기 조절 ▲ 선진 영농기술과 방법 연구 적용 ▲ 과학적 물 관리체계 수립, 관개 구조물과 설비·저수지·물길의 정비·보강 ▲ 기상 관측 수단의 현대화 등을 강조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시정연설 이후 밀 재배 면적이 2배 이상 확대되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밀농사 확대 정책은 기존의 ‘옥수수 농사를 제한’하는 조건에서 ‘알곡생산구조’를 개선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식량 증산 정책과는 차이를 드러낸다.
2021년 개정한 <농장법>에서도 “농작물배치에서 강냉이농사는 최대한 제한하고 벼농사와 밀, 보리농사에로 방향전환을 하도록 한다”고 규정했다.
북한 사회과학원의 『사회과학원학보』 2022년 1호는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을 인용하며 밀 농사 확대가 식량을 증산하기 위한 정책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다.
2021년 12월 31일 끝난 제8기 제4차 전원회의에서도 ‘세계농업발전 추세’에 맞게 향후 ‘10년 동안 알곡생산목표’를 제시하면서 글로벌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 전환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북한 농업 전망: 잠재력과 위협요인
북한 농업은 잠재력과 위협요인이 공존하는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최근 농업정책을 지원하기 위해 투자 규모를 이례적으로 확대하고 정책 수단을 소진하는 조치가 진행 중이지만 여전히 정책의 성공은 장담하기 어렵다.
2023년 농업과 식량 부문 예산은 14.7% 증액되었다. 이는 철강, 철도와 같은 선행부문 1.0%, 과학기술 0.7%, 기본건설 0.3, 교육 0.7% 증액 등 다른 분야에 비교하면 독보적인 예산 배정이라고 할 수 있다.
위협요인으로 3년째 정체상태인 국가재정 능력, 장기화 국면의 대북 제재, 무역 규모 축소와 만성화된 수지, 자연재해 대응능력, 기후변화 대응, 글로벌 공급망 교란 등을 들 수 있다. 이런 요소들은 북한의 식량 증산 정책의 성공적 추진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동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당국은 식량 자급 능력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포기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는 점에서 농업정책 성공 잠재력은 존재한다. 최근 주목할 정책인 쌀, 옥수수 등 주곡의존도를 낮추는 유아용 유제품 공급능력, 채소 생산 및 공급능력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은 새로운 식량공급 가능성을 보여준다.
본질적으로는 식량 증산의 절대적인 기준인 비료(특히 인비료)의 공급과 다수확 종자 개발·공급에서 일정한 성과를 낼 수 있다면 북한 농업은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변침점’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